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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

사브리나


내게 최고의 오드리 헵번 영화는 <Sabrina (1954)>
10번도 더 넘게 본 <로마의 휴일>이 아닌 <사브리나>. 이 영화 속 모든 것을 사랑한다. 내가 살아가고 싶은 시대와 공간이 있다면 바로 영화 속 1950년대 미국이다. 현실은 생각하지 않는다.

오드리 헵번이, 띨띨한 부자집 아들내미 좋아하다가 그 집의 형, 게다가 나이 차이도 한참이나 나는 땅딸한 험프리 보가트와 이루어지는 별 내용도 없는 영화이건만 모든 장면은 단순하고, 가볍고 우아하고 위트 있다. 그리고 영화를 떠도는 공기에 어두움이라고는 없다.






결국에 현실에 없는, 존재하지도 않았던 풍경인 것이다.
머플러를 둘둘 뺨까지 감고 늘어진 채 이 영화나 하루 종일 보고 싶다.


덧, 이 작품을 리메이크한 건 판단착오였다. 배우들이 딱히 싫다기보다(난 해리슨 포드 팬이다!) 1950년대가 배경이 아닌 <사브리나>는 상상도 할 수 없다. 무슨 아우라가 남는단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