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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music

별 거 없단다

기억에 대하여 / 이성복

  

가끔 담배를 사고 그냥 두고 나온다 아니면

담배 대신 거스름돈을 놓고 나온다 방금 만난

친구도 생각이 안 난다 기껏, 누구를 만난 것 같은데……

그의 목소리와 웃음과 눈짓은 흘러 내린다 집과 나무와

전봇대도 흘러 내린다 그러면 아버지와 어머니와 누이도

흘러 내린다 그러면 나는 날아 오른다 금요일, 목요일, 수요일,

화요일, 월요일…… 天國? 苦痛? 苦痛¿ 아주 높이

올라가서도 연탄 끄는 때절은, 붉은 말을 만난다 나는

말에게 큰절 한다 <모든 게 힘들고 어렵다는 느낌뿐이예요>

너무 어지러우면 뛰어 내린다 그 참, 안전하다

나는 아직 다쳐 본 적이 없다 이목구비가 썩어가도

모든 게 거짓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