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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ribble

주문과 같은 애정


인스타그램에 한밤에 끄적인 걸 조금 늘여서.


최근에 난 동갑내기 사촌이 너무너무 미웠는데 밤늦게 덕테잎 빌리러 온 그 애를 보니 (옆 동이다) 괜히 마음이 짠하고 그랬다. 혈육이라서 그렇다 라고 말하기에는 요즘 세상에는 남보다도 못 한 이종사촌. 그냥 그 애가 야밤에 후드티 하나 입고 문 앞에 서있는게, 나보다 좋은 직장 돈 잘 버는 애인데도, 꼭 안아주고 싶었다. 여러 사건으로 미워서, 엄마한테 다신 걔랑 말 안 할 거라고 7살 꼬마처럼 굴다가 그저 차가운 복도에 서 있었다는 것 만으로 이상한 애정이 밀려오는 건 뭔가 태어났을 때부터의 주문 같아 무섭기도 하다.


한 살 어린 친동생도 같은 기분이다. 거의 내 평생 동안 그 애를 보고 있었고 너무나 답답해 어떨 때는 진심으로 미워하지만 마치 유전자에 새겨진 것 처럼, 아니면 그 애가 태어난 순간 누가 내게 주문을 건 것처럼 결국에는 동생을 사랑해야한다고 속삭이는 것 같다. 그리고 실제로 그렇다. 기세 좋게 방문을 열다가도, 동생 표정이 좋지 않으면 (본질적인 문제 해결과는 전혀 상관 없는) 괜히 뭔가를 사주고 싶고 그렇다.


최근 나는 단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는 인생의 진로 방향을 세웠고, 목표를 향해 도전하고 있다. 반쯤 전문직이고 내가 독립적으로 일할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집단의 소속인 월급쟁이가 되려고 한다. 다만 내가 그렇게 바늘구멍을 통과해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동생까지 모두 챙길 능력이 안 된다는 사실은 참 슬프고 한심하고 그렇다. 깜깜한 밤하늘을 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