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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Series

굿 와이프 The Good Wife

<굿 와이프>는 최근에 본 것 중 가장 현실적인 드라마다. 큰 걸개는 미국 법정 드라마 자체이지만 그 안의 사람들은 이기적이고 사건의 흐름은 부조리할 때도 많아 깜짝 깜짝 놀라곤 한다.

주인공 알리시아 플로릭(그 옛날 ER의 캐롤 헤서웨이)은 여러가지로 엿 같은 상황에서도 아내, 어머니, 가족을 부양하는 가장으로서 동분서주한다. 13년의 공백에도 불구하고 옛 인연에 의해 쉽게 로펌에 취업된 것 같으나 그녀가 알고 있는 그 어떤 누구도 대가 없는 선의 또는 기회를 베풀지는 않는다. 겉보기에 인테리어가 잘 된 로펌 또한 다들 언제 잘릴지 몰라 전전긍긍하는 미국 회사일 뿐이다.



<굿 와이프>를 몇 편 보며 의외로 감명을 받은 부분은 (평소의 나라면 분명히 좋아했을) 개성 넘치는 다이앤 같은 캐릭터가 아닌, 굿 와이프 알리시아의 담담한 모습과 행동이다.
그녀는 남편에게 배신 당했고, 미디어에 의해 조롱당했고, 아이들도 상처받았다는 걸 안다. 고상한 척 하는 마을에서 도망가듯 이사했고 같이 파티를 열던 이웃들은 연락도 하지 않는다. 13년 동안 쉰 후 경쟁자가 있는 비정규직 쥬니어 변호사로 로펌에 들어갔고 매 사건은 보람되지 않은 것들이 더 많다.

하지만 그래서 뭐 어쨌단 말인가? 한숨 쉬거나 소리 지르거나 비장한 척 하지 않는다. 이건 그냥 현실인 것이다. 마음에 들지 않아도 이미 내 주변을 감싼 공기 같은 현실. 그리고 이 드라마에서는 악역도 선한 역도 없다. 알리시아도 착하지는 않다.


물론 밥 벌이를 위해 발버둥 치며 험하게 구는 동료들은 있다. 하지만 그런 등신들은 어딜 가든 존재한다.
캡쳐는 이와 상관 없... 


나는 주변에 화를 잘 내는 스타일이다. 동료들의 수준은 결국 나의 수준이라는데, 내 동료들 중 일부는 일을 못 하면 더 박하게 화를 내거나 일을 잘 할 경우 심하게 질투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리고 나는 매 순간 쿨하지 못 했다.
저렇게 위에 주절이 써놓았지만 알리시아도 폭발하고 분노하며 슬퍼한다. 핵심은 "피해자인 척 하지 않는 것" "지금 현실이 내 수준이며 내 지난 삶의 결과라는 것을 인식하는 것" 이다.
힘든 일이다.



몇 편 보지 않은 드라마인데 (띄엄 띄엄 보았다) 아주 잠깐 위 장면이 나왔을 때 캡쳐했다.
회사가 아셈타워에 있었을 때, 저렇게까지 경치가 좋지는 않았으나 36층의 view는 나쁘지 않았다. 머리에 스팀 쐰 것 마냥 힘들 때 창 바깥만 바라보아도 마음이 조금 누그러지곤 했다. 결국 직장생활이든 결혼생활이든 그 무엇이든 아주 사소한 몇 가지 기쁨으로 견디고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알리시아는 성녀라거나 천재는 아니지만 현명하고 자기에 대해서도 잘 안다. 자기의 문제로 제 3자에게 화내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는 Good Person 이다.


@ 사실 듣기 공부한다고 보기 시작한 드라마인데 공부를 할 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