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영화 중 이만큼이나 기대한 영화는 없었다. 예고편만 수십번 돌려본 것 같다.
결론은 너무나 아쉽다는 것. 정말정말 너무너무 아쉽다는 것.
한 번 읽고 버린 <다빈치 코드>와 달리, <천사와 악마>는 책 자체가 블록버스터 영화였고, 내가 좋아하는 유치하면서도 웅장한 요소가 가득했다.
... 그러나 책이 훨씬 더 스펙타클하고 영화 같았다.
2시간이라는 시간 제약 때문에 책의 매력적인 설정을 다 빼버린 건가?
우선, <천사와 악마> 책의 첫 장면이기도 한 헬리콥터에서 낙하하는 랭던 장면은 없다.
1. 휠체어를 탄, 카리스마 넘치는 CERN 소장 막시밀리안 콜러 캐릭터는 삭제되었다.
2. 비토리아 박사의 양 아버지인 레오나르도 베트라 박사 캐릭터 또한 존재하지 않는다. 반물질을 훔쳐가기 위해 안구가 적출되어 살해당한 과학자는 그냥 비토리아의 동료일 뿐이다.
레오나르도 베트라 박사는 소설에서 초반에 살해당하는 캐릭터이나 신실한 사제이자 천재적 물리학자로 너무나 매력적인 인물이었다.
"과학과 종교는 반대편이 아니다. 과학은 신을 이해하기에 단지 너무 어릴 뿐이다."
3. 랭던은 CERN의 의뢰가 아닌, 바티칸의 의뢰를 받아 평범한 비행기를 타고 날라간다.
결과적으로, CERN의 이상하고 웅장하고 매력적인 모습은 99% 날라가서 반물질을 만든 배경으로 전락하였다.
4. 궁무처장은 죽은 교황의 친자가 아니다. 이로써 동기는 매우 추상적으로 보이게 되었다.
마지막 궁무처장의 자살 또한 책에서만큼 아름답지 않다.
모르타티는 슬픈 표정으로 제단을 향해 돌아섰다. "카를로, 네가 이 교회를 비참한 지경으로 만들어 버렸구나."
이런 애잔함도 없다.
저 새끼 잡아버려 분위기의 추기경들이란... T^T
5. 여전히 랭던은 탐 행크스이다. 여전히 살도 안 빼고 머리 염색도 안 했다.
아 그저 눈물이... T^T
남은 건 그저 유안 맥그리거 뿐. 예상 외로 잘 어울린다.
유안이 교황이 그랬었다니...! 하면서 숭고하게 훨훨 재가 되는 모습이 나왔었어야 하는데
그나마 혹 했던 장면은 스스로 낙인을 찍는 장면 정도? 근위대 외모가 모델 같았다는 것?
그저 유안을 보기 위한 영화였던가요. 최근 유안 맥그리거 영화 중에서는 유안이 제일 예쁘게 나온다. <다빈치 코드>에서 폴 베타니의 사일러스가 없었으면 무가치했듯이 이 영화 역시.. 에헤라 어쩔 것이냐 대본 각색자. 난 그저 하늘을 향해 손가락질 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