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nd-blowing.
존 리스고우의 등장 외에는 그닥 흥미로울 게 없다 생각했던 4시즌은 마지막 에피소드의 결말 만으로도 모든 걸 뒤엎는다.
아니 사실 이게 정답이다.
연쇄 살인마 덱스터에게 그렇게 쉽게 "사랑스럽다" 라는 표현을 쓸 수 있었던 건 그의 깔끔한 생활 태도 때문이었다. 세상에 어떻게 저렇게 "열심히" "자기 취미 생활을 유지하며" 살 수 있단 말인가? 라는 감탄.
중의적으로 해석하자면 덱스터는 이 험한 세상에서 자기의 취미 활동을 온전히 지키면서도 좋은 오빠, 좋은 연인, 남편, 부모 그리고 사려 깊은 동료로 비춰지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었다. 덱스터의 진심과 목적이 어떠하든 간데, 마음이 텅 빈 인간이든 뭐든 간에 자신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어떻게든 이 세상에서 살아가려 노력하는 모습은 분명 대단했다.
그러나 여기서 내가, 그리고 많은 시청자들이 쉽게 잊는 것은 덱스터의 정체성이 "살인자"라는 것이다. 죄 지었기에 죽어 마땅한 범죄자들을 죽인다고 해서 그 무게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덱스터가 3시즌에 리타에게 청혼하고 결혼할 때, 세상에 덱스터가 가정까지 이루다니 하고 감탄할 것이 아니었다. 이건 성장도 아니고 진화도 아니며 최대한 냉정하게 보아 위장술의 발전도 아니다.
그건 그냥 덱스터의 "오만"이었으며 시청자의 "착각" 이었다.
절대 바뀌지 않는 "나" 라는 저주 받은 정체성이 있음에도
자신이 잘 해낼 수 있으리라는 오만.
가족을 가질 수 있으리라는 오만.
누이 데브라에게 계속 사랑받는 오빠가 될 수 있을 거라는 오만.
사랑받고 사랑할 수 있으리라는 오만.
존 리스고우가 놀랍도록 훌륭하게 연기한 아서 미첼, 트리니티 킬러는 말할 수 없이 끔찍한 인간이지만 덱스터보다 더 솔직하며 어른이었다. "You are like a child." "I was following my path." 그는 자신에 대해 착각하지도 않고 자기가 한 일에 대해 자랑스러워 한 적도 없었다. 그에 반해 덱스터는 감히 꿈을 꾸었다.
강한 스포일러.
리타가 죽는다.
아마도 트리니티 킬러에게 살인당했을 거다. 덱스터는 어린 시절 어머니의 토막난 시체 옆 피웅덩이에서 울던 자신의 모습을 아들 해리슨을 통해 본다. 해리슨은 피 흘리는 욕조 속 리타 옆에 울며 앉아있다.
이렇게 끝내놓고 내년까지 기다리라니.
<덱스터>는 내 인생의 몇 안 되는 드라마 중 하나임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