덱스터 3시즌까지, 스포일러 상관 없이 말합니다.
<덱스터>는 법망을 피해다니는 범죄자를 살인하는 취미를 가진, 혈액전문분석가 덱스터 모건의 이야기이다. 이런 기괴한 캐릭터가 주인공임에도 불구하고 높은 인기를 얻은 것은 덱스터의 완벽함 때문이었다.
무엇이 완벽하냐고? 햇빛이 눈부신 마이애미에서, 잘 다려진 셔츠를 입은 덱스터 모건은 선량한 시민이자 신망 받는 직장 동료, 여동생의 자상한 조언자이다. 그 뿐만이 아니라 과거의 상처를 완전히 씻지 못 한 애인과 그녀의 자녀들에게도 항상 다정하다. 깔끔하고 유머 감각도 있는 이 단정한 남자는 일반 직장인들의 바람처럼 일도 잘 하고 취미 생활에도 충실(!) 하니 이 얼마나 완벽한가. 모든 행동은 그의 철저한 통제 아래에 놓여 있고 인생에 흔들림은 없으며 언제나 명확한 목표 아래 '보람' 있게 살아간다.
귀엽기까지 하다.
게다가 1시즌은 독립적 완결성을 지닌 놀라운 '작품'이었다. 그리스.로마 비극 같은 결말을 뒤섞었음에도 끝까지 유머러스라고 짜릿했다. 그러나 2시즌 들어서 덱스터의 변화 또는 변질에 대해 팬들은 슬슬 불평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항상 깔끔했던 그에게 호감을 가졌던 팬들은 갑자기 거칠게 리타와 관계를 맺는 것조차 어이 없어 했다.
그리고 3시즌. 3시즌도 악평이 많은 편이고, 나 또한 1, 2편은 매우 지루하게 보았다. 그러나 3시즌 4편까지 본 지금 <덱스터> 시리즈는 내 생각 외로 영리한 드라마임을 깨달았다.
덱스터는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그가진심으로' 이해할 수 있는 상황이나 존재 자체가 드물었다. 자기가 살아있음을, 심장이 뛰고 있는 것 조차 제대로 느끼지 못 하는 그 이기에 오히려 사람들 사이에서 평가가 좋았다. 실수하지 않기 위해 예의 바른 사람인양 선을 지켜 행동했기 때문이다.
Unanswer Question. 세상은 해답 없는 질문들로 가득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겉으로나마 그 모든 것을 이해하는양, 존중하는양 살아왔다. "나는 너희들을 이해하지 못 하지만 너희들 속에서 살아가기 위해 지켜야 할 규칙이 있다는 걸 알아. 나는 그걸 존중해." 사설이지만 덱스터와 같은 사람들만 세상에 존재한다면 인종차별이나 기타 잡다한 차별들은 겉으로나마 약화될지도 모른다.
각설하고, 덱스터는 한발 더 나아간다.
3시즌 들어 덱스터는 변하다 못 해, 심지어 우발적 살인마저 저지른다. 아무리 해리의 규칙이 깨졌다고 하나 이 실수는 1시즌의 덱스터 이미지를 생각하며 어이가 없을 정도로 한심하다. 그렇다면 덱스터는 이제 완벽하지 않은가? 약해졌고 규범적이지 않은가? 아니다. 덱스터는 더 섬뜩해졌을 뿐이다.
3시즌 초, 리타의 임신 사실을 알게 되고 덱스터는 혼란에 빠진다. 한 명의 '인간'인 것조차 힘든 그에게 '아빠'는 이해불가한 단어다. 그러나 그는 계속 걸어나가- 심지어 '남편' 이라는 위치까지 얻으려 한다. 4회 마지막, <제리 맥과이어>의 탐 크루즈 못지 않게 멋진 고백을 한다. 리타에게 청혼하는 덱스터를 보면 기립박수를 치고 싶을 정도다. 그는 이제 가장 인간적이며 인습적이고, 개인적인 '청혼'이라는 행위조차 마치 진심처럼 연기할 수 있는 인간이다.
덱스터는 자신의 마음을 유일하게 뛰게 하는 살인이라는 행위 외의 세상의 모든 사건들, 관계들, 사람들에 대해 관찰하고 섞이는 척 했을 뿐 어느 것 하나 시도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유일하게 진정성을 가졌던 취미 뿐만이 아니라 직장생활, 일상 생활조차 더 진정성을 담아 연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술을 마시며 친구(- 무려 <스타워즈>의 베일 오르가나님. 여전히 한 덩치 하신다) 와 잡담도 나눌 수도 있다!
뒷모습에서 뿜었다.
덱스터는 진화하고 있다. 그가 이해할 수 있는 존재, 어두운 악당 외에도 이제 그는 진짜 같은 연기를 시도하려 하고, 놀라운 성과를 거두고 있으며 그로 인해 더더욱 완전무결한 존재가 되고 있다.
후, 덱스터는 아직까지 최고의 캐릭터고, 영리한 드라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