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프다 나는 고양이를 기를 수 없다. 앞으로도 기를 수 없을 것이다.
모니터 속 남의 고양이들을 매우 좋아했고 어쩌다가 보는 길 고양이에게도 물을 주려 노력했다.
하지만 난 안 될 거야.
왜냐하면-
왜냐하면 나는 고양이 털 알러지니까.
정말 가지가지한다더니 이런 것도 있을 줄이야.
회사 동료가 이사간 오피스텔에는 고양이 2마리가 사는데 겁은 많지만 꼬물꼬물한 털복숭이들이 귀여워 만지고 있노라니 기침에 콧물, 눈물이 나더니 눈이 새빨개지기 시작했다. 나중에는 붓기까지 했다.
결국 견딜 수 없는 지경이 되어 돌아오고 말았고, 일행은 다들 멀쩡했다.
고양이와 몇 시간 이상 있어본 적이 없어 알러지가 있는 줄도 몰랐다. 집에 와서 샤워 하고 온갖 짓을 다 하고 나서야 조금 가라앉았다. 아직도 눈 한 쪽은 빨갛다. 내 미래 그림 중 하나였던 카페트 위에 몸을 동그랗게 웅크린 고양이 한마리는 이렇게 허무히 지워졌던 것이다...... 옹기종기 모여 보던 하이킥 마지막회보다 내가 몰랐던 나의 알러지가 내겐 더 충격이었다.
미래란 참으로 알 수 없다. 별별 변수가 다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