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ook/music

What I talk about when I talk about Running

나 자신에 관해 말한다면, 나는 소설 쓰기의 많은 것을 매일 아침 길 위를 달리면서 배워왔다. 자연스럽게, 육체적으로, 그리고 실무적으로. 얼마만큼, 어디까지 나 사진을 엄격하게 몰아붙이면 좋을 것인가? 얼마만큼의 휴양이 정당하고 어디서부터가 지나친 휴식이 되는가? 어디까지가 타당한 일관성이고 어디서부터가 편협함이 되는가? 얼마만큼 외부의 풍경을 의식하지 않으면 안 되고, 얼마만큼 내부에 깊이 집중하면 좋은가? 얼마만큼 자신의 능력을 확신하고, 얼마만큼 자신을 의심하면 좋은가?
만약 내가 소설가가 되었을 때 작정하고 장거리를 달리기 시작하지 않았더라면, 내가 쓰고 있는 작품은 전에 내가 쓴 작품과는 적지 않게 다른 작품이 되어 있지 않을까 하는 느낌이 든다. 구체적으로 어떤 차이가 있는지 거기까지는 알 수 없다. 그렇지만 무엇인가가 크게 달라졌을 거라는 생각은 확실히 든다.
아무튼 여기까지 쉬지 않고 계속 달려온 것은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나는 내가 지금 쓰고 있는 소설을 나 스스로도 좋아하기 때문이다. 이 다음 나 자신의 내부에서 나올 소설이 어떤 것이 될지 기다리는 그것이 낙이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불완전한 인간으로서, 한계를 끌어안은 한 사람의 작가로서, 모순투성이의 불분명한 인생의 길을 더듬어가면서 그래도 아직 그러한 마음을 품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은 역시 하나의 성취라고 부를 수 있지 않을까. (후략)

무라카미 하루키 2007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What I talk about when I talk about Running> 임홍빈 역, 문학사상. 126 - 127 p


어제 집에 쌓인 하루키 책 중 하나를 들어 폈을 때, 바로 처음에 나온 문장이다. 하루키의 책들은 심심할 때마다 봤지만 저 문장들은 처음 본 것마냥 새로웠고 지금 내게 꼭 필요한 글이었다. 별 거 아닌 것 같지만 작은 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