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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ribble

Lake Como

1. 
3월부터 신분이 바뀐다. 고학생으로... 우어어얽
그리고 그 전에는 아카데미 시상식이 있다. 아래 사진이 이보다 더 상징적일 수 없다-_-


2.
자기가 지쳤다는 걸 실감할 때 - 샤워 도중 울고 있는데 그게 눈물인 줄도 몰랐을 때. 이를 닦고 닦고 또 닦는데 누가 지적하기 전까지 모를 때. 넘어졌는데 일어설 생각을 안 하고 그대로 주저앉아 있을 때. 
가벼운 것으로는 책을 읽는데 국어 문장 하나가 이해가 되지 않아 몇 번이고 읽을 때다. 이건 그냥 한국어 실력 퇴화인가!

3.
저녁에 지인한테서 "이게 바로 하의실종 패션이구나" 라는 소리를 들었다. 순간 내 반응은 "요, 욕하지마!"
뒤늦게 검색해 보고 허탈. 요새 신조어들은 정이 가는 게 하나도 없음.

4.
SNS의 힘인지 기억도 가물할 만큼 예전에 알던 사람들도 온라인에서 만나게 된다. 나는 쓸데 없는 부분에서는 예민한데 또 다른 부분에서는 지나치게 눈치가 없다. 오랜만에 온라인으로 만난 예전 오프라인 지인도 내 눈치 없음으로 인해 어긋난 인연이었다. 내게 참 잘 해줬는데 그걸 몰랐다. 그런데 갑자기, 메신저로 대화 중 나도 모르게 눈물이 왈칵 났다. 얼굴을 보며 얘기 나누지 않아 그나마 다행이었다.
바보 같은 사람에게는 돌려 말하면 안 된다. 나는 바보임.

5.
<오션스 트웰브>에서 뱅상 카셀의 저택은 코모 호수 주변에 있다. 실제로 그곳에서 촬영을 했는지는 모르겠다. 스타워즈 에피소드 2에서 파드메와 아나킨의 결혼식 배경은 코모 호수였다. 그 지루한 씬을 숨도 쉬지 않고 본 건 배경 때문이었다.
작년 어떤 사건으로 마음이 무너져 모든 게 부정적이었다. 평생 결혼도 하지 않고 자식도 낳지/기르지 않으리라 시퍼렇게 날이 선 채로 다짐했다. 나와 같은 사람을 또 한 명 만들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굳이 무언가를 반드시 하거나 또는 하지 않겠다는 생각 자체를 안 한다. 그리고 누군가 내 모자람을 채워주었으면 하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 자체가 발전이다.  
그래서, 이제는 평생 내 편이 되어줄만한 누군가를 만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그게 우주적인 기적이든 평생 일어나지 않든 그냥 조용히 기다리려 한다. 만약 인연이 생긴다면 같이 코모 호수에 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