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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ribble

삼국지

요새 숙제 하다가 질리면 잠깐씩 삼국지 게임을 한다. 유명한 고에이 삼국지 10. 신규 장수를 생성해, 작은 마을에서 거병해서 마을 3개 정도 점령하고 천하통일은 하지도 않은 채 끝내는 성질 급한 유저이지만.

책 삼국지는 일종의 바이블이었다. 요새 10대들도 삼국지를 열심히 읽는지 모르겠는데 우리 때는 거의 필독서 분위기였다. 이문열의 삼국지가 유행하기 전에, 초등학교 3학년 때 처음 읽은 삼국지는 정비석의 삼국지였다. 근데 난 그게 재미있었다! 책의 말미에 주요 인물들이 하나 둘씩 사망하고 그들의 띨띨한(실제는 덜 띨띨했을 것 같으나) 아들들이 나오고 스러지고 하는데서는 어린 나이지만 참 인생무상했던 기억이 난다. 


예전에 적벽대전도 삼국지에 대한 향수로 보았고 대부분은 충족되지 않았지만 장첸의 얼굴이 참 좋았다. 저 분위기로만 보면 고에이 삼국지 조조의 젊은 시절이다. 영화 속에서는 손권. 

사실 난 손권 - 손책을 좋아했었다. 원작작의 프레임에, 번역/편역가의 프레임까지 반영된 삼국지이지만 오나라가 좋았고 딱히 이유라고 들만한 것은 없다. 지금에 와서 드는 생각인데 어차피 일 백년 후 모두의 존재와 꿈이 사라지는 현실에서 생전에 그들은 자신의 의지를 관철하고 거기에서 행복을 느꼈는지 궁금하다. 특히 부하들의 존재가 그러하다. 제갈공명은 진실로 모시고 싶은 현군을 만난 건가? 사람이던 꿈이던 수명이 너무 짧다. 그래서 찰나의 순간일지언정 집중하고 (목표로) 나아가고 있다는 착각이라도 해야한다. 삼국지의 모든 캐릭터는 각자의 욕망을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모두의 꿈이 삼국통일이었다고 믿지 않는다. 그렇다면 그 중 가장 만족했고, 행복했던 캐릭터는 누구였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