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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ribble

한 때는 비를 좋아했었다


1. 저어어엉말 옛날에 좋아했던 것 같다. 한여름도 아닌데 스콜처럼 퍼부으면 대책이 없다. 토요일 밤에는 하늘을 저주하며 mp3 플레이어를 귀에 꽂고 잤다. 아 정말 T.T

2.  인생을 계획하며 살자는 주의에서 계획해봤자 다 심술궂은 운명이 바꾸어놓는다, 모두 다 운일 뿐이다 라는 양극의 생각을 오고 간다. 어쨌든 난 항상 적어도 6개월 뒤의 일까지 사서 고민하고 있다. 

3. 공부를 한참이나 하지 않았고 사실 석사 때도 이래저래 돈 벌기 바빠 제대로 된 공부를 안 했다. 공부는 원래 열등감으로 하는 거라며 선배 언니가 말했다.
못 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데 내가 정말 대상을 일반화, 개념화하고 학자의 언어로 그것을 풀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이 점이 나를 가장 큰 고민에 빠트린다. 어차피 짧은 인생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자 라는 생각으로 간 박사 과정인데- 이런 안일한 마음으로 공부해도 되는가 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런데 참으로 아이러니하게, 공부 자체는 재미있다. 내가 너무 느리고, 못 하고, 응용도 하지 못 해서 그렇지 그 자체는 재미 있다. 누가 슬프게 농담조로 말했는데 내 인생은 부잣집 아가씨가 했으면 딱 좋았을 코스라고. 정말 그렇다. 돈 이야기가 아니다. 

4. 이야기든 사람이든 깊이가 중요하다. 단순해서 사랑스러운 것은 어린아이 뿐이다.

5. 빌리가 그녀만 보면 마음이 어지러운 것은 단지 그녀가 그의 어머니라는 점 때문이었다. 그가 그녀를 보면 거북스럽고 불효하는 것처럼 느껴지고 자신이 나약하게 생각되는 것은 그녀가 그에게 생명을 주고 그 생명을 잘 자라게 정성을 기울였는데도 자신은 삶을 조금도 좋아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었다.

-제 5 도살장, 커트 보네거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