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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music

Stories of Your Life and Others

테드 창 <당신 인생의 이야기> 김상훈 옮김, 엘리.


바빌론의 탑Tower of Babylon

"수레를 소중히 다루게. 그 어떤 인간보다도 더 많이 탑을 오른 수레라네."

"자넨 이 수레가 부러운가?" 난니가 물었다.

"아니. 꼭대기에 올라갈 때마다 그 수레는 다시 제일 아래층까지 내려와야 해. 난 도저히 그럴 수 없을 거야."


탑을 오르던 어느 날 광부들은 경사로 가장자리에서 보면 위를 올려다보든 아래를 내려다보든 탑이 똑같아 보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래를 내려다보면 탑의 원주는 바늘 끝처럼 점점 가늘어지다 아래 쪽의 평원에 도달하기도 전에 사라져버렸다. 마찬가지로 위를 바라보아도 아직 탑의 정상은 보이지 않았다. 눈에 보이는 것이라고는 탑 중간의 일부뿐이었다. 올려다보거나 내려다보는 행위는 이제 두려움을 불러일으켰다. 연속성이 주는 안심이 사라져버렸기 때문이다. 그들은 더 이상 지상의 일부가 아니었다. 탑은 대지에도 하늘에도 연결되어 있지 않은, 허공에 뜬 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해Understand 

매주 나는 몇 년 치의 교육 과정을 습득하고, 점점 더 큰 패턴들을 조합한다. 인류의 지식 체계가 자아내는 태피스트리를 과거의 그 누구도 일찍이 가지지 못했던 넓은 시야에서 바라본다. 학자들이 전혀 눈치 채지도 못하고 지나갔던 결손된 틈을 채우고, 그들이 완전무결하다고 자부했던 부분의 텍스처를 더 풍성하게 만들 수 있는 능력이 내게는 있는 것이다.


네 인생의 이야기Story of Your Life 

그때 내 머릿속에 떠오르게 될 생각. 너는 명백하게, 기가 막힐 정도로 나와는 다르다는 사실. 이 생각은 네가 나의 복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내게 또다시 일깨워줄 거야. 너는 매일처럼 내게 행복을 가져다주는 소중한 존재이지만, 나 혼자 만들어낼 수 있었던 존재는 결코 아니야. 


내가 이 언어를 점점 더 유창하게 다룰 수 있게 되면서 이 의미표시 형태들은 완성된 형태로 나타났고, 나는 복잡한 개념들까지도 일거에 표현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이 결과 나의 사고 과정이 예전보다 빨라지게 된 것은 아니었다. 앞을 향해 질주하는 대신, 나의 마음은 어의문자들의 기반을 이루는 대칭성 위에서 균형을 유지하며 부유하고 있었다. 어의문자들은 단순한 언어를 넘어선 무언가처럼 보였다. 거의 만다라에 가까웠다. 나도 모르게 명상 상태에 빠져 전제조건과 결론을 호환할 수 있는 방법에 관해 숙고하고 있다는 사실을 퍼뜩 깨달을 때도 있었다. 각 명제들 사이의 관계에 고유한 방향성은 없었고, 특정 경로를 따라 움직이는 '사고의 맥락' 같은 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사유에 관한 모든 요소의 힘은 동등했고, 모두가 동일한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 


나는 처음부터 나의 목적지가 어디인지를 알고 있었고, 그것에 상응하는 경로를 골랐어. 하지만 지금 나는 환희의 극치를 향해 가고 있을까, 아니면 고통의 극치를 향해 가고 있을까? 내가 달성하게 될 것은 최소화일까, 아니면 최대화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