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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가 아닌 일반인의 삶은 수 많은 타이틀로 가득하다. 천재는 어떤 형태로든 "구현되는" 그 압도적인 재능 때문에, 타인과 사회에게서 천재라고 "검증"을 받는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타이틀 없이는 검증 받기 힘들다. "나는 3년차 백수이지만 내 마음 속에는 눈부신 감수성으로 가득하다!" 고 외치면 그건 그냥, DC 용어로 잉여의 짖음에 불과하다. 그렇기에 조금이라도 더 점수가 높은 대학을 가려고 하며, 좀 더 연봉과 복리가 좋으며 이름 난 회사를 선호하며 몇 가지 숫자로 가늠 가능한 타이틀의 배우자를 만나려 한다.
맨 앞의 문장은 사실 뒤집어 볼 수도 있는데, 천재는 타이틀을 쫓지 않아도 저절로 그 타이틀이 따라오게 되어 있다. 무엇이 주체인가가 큰 차이.
나는 당연히 일반인이며, 몇몇 부분은 평균 이하이다. 그래서 소위 평범이라는 범주 안에 드는 학교, 직장, 커리어를 쌓기 위해 노력했고 연애도 그렇게 했던 것 같다. 아마 앞으로도 계속 검증 받기 위해 자잘한 타이틀을 획득하며 살아갈 것이다. 그것이 몇 년 차 직장인이든 좀 더 높아진 연봉이든, 공부의 연장이든 누구의 아내이든. 하지만 이, 필요도 없이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감정은 어쩌란 말인가. 왜 천재도 아니면서 이 검증 받아야 하는 삶에 지독한 회의를 느낀단 말인가?
인생의 목표라고는 "겉보기라도 남들처럼만 살자" 가 전부이기에 다수가 가는 길을 밟는 것이 안전하다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실제로 그렇게 했다. 그나마 게임 회사에 간 것이 조금 특이해보일 수도 있으나 몇 개의 대표격 N 사는 일반 기업과 거의 동일하다.
최근 내 인생에 결정지어야 할 일이 몇 가지 있고, 또 몇 개의 길이 있는데 언제나 그렇듯 한 가지 길을 선택하면 몇 가지의 포기해야할 길이 생긴다. 그런데 이 길 어디에도 "검증 받지 않아도 된다" 라는 생각은 없다. 천재는 아니지만 인생 단 한 순간이라도 손을 놓고 살고 싶구나. 뛰어봤자 벼룩인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