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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실하게 살았다는 것

직장 생활을 만 5년 가까이 하다보니 (이제는 끝났지만!) 후배나 친지로부터 취업이나 계속 일을 해가는 방식에 대한 질문이 많이 들어온다. 그리고 그 질문을 하는 20대 들은 대부분 다 우울하다. 나 역시 우울했고, 완벽한 모범사례와는 거리가 멀기에 별로 할 말은 없다만 그래도 얕은 경험을 바탕으로 이 말만은 해주고 싶다. 직장을 구하기 위해 열심히 도전하고 있거나, 직장 생활을 견디며 지내는 것 자체로 잘 살고 있다는 것을.



예전에 쓴, 5년차 직장인의 글 에 이어 또 몇 가지 끄적여보자면, 내 주변 사람들은 지금 5가지 부류로 나뉜다.

1. 대학(또는 대학원) 졸업 후 계속 취업 생활을 하는 사람. 그리고 현재 직장 생활을 계속 할 것인지 이직할 것인지 창업할 것인지 제 2의 길을 모색 중인 사람들. 여기에는 나도 해당되며, 가장 평범한 사례이다.

2. 꾸준히 공부를 한 사례. 내 나이 또래들은 거의 박사 수료생이 다 되어가고 강의를 뛰고 있고 앞으로도 연구와 강의에 매진할 것이다. 멀게는 하버드 국비 장학생이고 예일에서 포스트 닥터를 하는 언니가 있으며 가까이로 모교에서 박사 과정을 수료한 친구도 있다.

3. 꾸준히 공부를 이과에서 한 사례. 물론 서울대 / 카이스트 / 공학 이라는 키워드가 있다. 박사까지 공부하고 학교에 남지 않은 채 삼성에 들어가 과장 급 대우를 받는다. 남자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많고 한국 나이로 치자면 29~31 정도이다.

4. 전문직을 위해 꾸준히 공부를 한 사례. 고시 공부만이 아니라 최근에는 로스쿨 학생이 많다. 내 주변에만 해도 9명이 넘음. 20대 후반~ 30대 초반부터 일을 시작한다.

5. 대학(또는 대학원) 졸업 후 취업이 원하는 곳에 되지 않아 배회하다가 제 2의 길을 모색하는 사람들.
1) 대학원을 노리기도 한다. 이건 내 사촌 이야기.
2) 가정 형편과 본인 개인 능력, 기타 사정에 의거해 여자의 경우 결혼으로 시작도 못 한 커리어를  깨끗이 단념하기도 한다.


문제는 1 번이다. 가장 흔하고, 가장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부류.
내 친구들 중 많은 이들은 사회 진출 후 인생의 제 2막을 생각하게 되는데 정해진 답은 없고 개인마다 추구해야 할 길도 다르다. 이 과정에서 불안해하고 우울해 한다. 다만 중요한 것은 취업을 하고 첫 사회 생활을 견뎌내고, manage 한 경험이 앞으로의 인생을 살아갈 원동력이 된다는 것이다. 
즉 내 전전 직장은 지옥 같았지만 그래도 내 일부분을 단단하게 해주었기에 결과적으로는 도움이 되었다. 내가 오랜 기간 우울했던 이유 중 하나는 인생을 제대로 잘 못 살았다는 자책감 때문이었다. 그리고 지금 깨달은 것은

1. 인생을 잘 살았네 못 살았네 하기에는 내가 너무 젊다.
2. 인생을 잘 살았네 못 살았네 하게에는 내가 해놓은 일이 너무 없다.
3. 20대에 적어도 성실하게 돈을 번 삶이었다면 그건 절대로 못 산 삶이 아니다.

라는 것이다.

정말 자책해야 할 부분은 노력하지 않는 것, 자기 자신을 부풀려 생각하는 것, 변명하는 것이다.

 
나는 내 능력 이상의 것을 바라고 노력보다 많은 것을 얻기를 원하는 멍청이였는데 지금은
1) 나 자신을 알자 2) 포기할 부분을 정하고 후회하지 말자 라는 모토를 마음 속에 새기고 있다. 평생 멍청할 수도 있지만 더 이상 자학하지 않고, 자기가 잘 하는 일을 찾아 노력하며 사는 것이다.

내게 조언을 구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다 내 능력 이상의 것을 가진 분들이었다. 그러니 그 분들도 우울해하거나, 자학할 필요는 전혀 없다.
이 블로그에 오는 분들 중 일부에게만 해당되는 글이지만, 화이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