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파트너사 직원이랑 빅뱅 이론 이야기를 했다. 나는 하워드, 그 분은 라쥐를 좋아했다. 귀여운 덕후들에 대해 깔깔깔 이야기했는데 갑자기 그 분이 이런 말을 했다.
"우린 그런 덕후들에게 물건을 파는(EA는 패키지로 유명함) 건가요? 그런 사람들 대상으로 일 하는 거라 생각하니까......"
물론 귀여운 농담이었는데 갑자기 급 우울해졌다.
1. 아빠가 돼지 독감으로 난리가 난 그 시점에 시기적절히 홍콩 - 중국을 경유하는 골프 여행을 다녀와 5일에 귀국했다. 저녁에 대전으로 내려가신다고 해서 그 날 오전 소파에 널부러진 부모님께 어버이날 선물로 각각 현금을 봉투에 담아 드렸다. 회사 봉투는 준비하지도 못 해 ATM 기 옆에 있는 봉투를 집어와 사용했는데.
엄마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 봉투 속 돈을 하나하나 세보았다.
... 아니 그러니까 이건 내가 예상했던 흐뭇한 분위기가 아니었는데.
2. 위 파트너사 직원 후임으로 오셨던 여자분이 토요일 법원에서 결혼식을 하셨다. 그 전 날 퇴근 시간 넘어 총무팀에 전화해 화환을 부탁하는 둥. 온갖 민폐를 끼쳤다.
굉장히 더웠는데, 예의를 갖춘다고 잔뜩 꾸며 갔더니-
사람들이 다들 대충 하고 온 것 같다! 으앙.
신부 입장 전, 뒤에서 구경하는데 (법원 예식장은 매우 이상한 구조였다-_-; ) 옆에서 신부의 아주 예전 친구 또는 먼 사촌 정도 되어 보이는, 또래의 여자분들이 자기들끼리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래서, XX는 어느 대학 나왔었지?"
"과가 뭐였는데..."
"유학을 갔었나?"
"지금 취업한 건가? 남편은 뭐하지?"
얘기해주고 싶어 입이 근질거려 혼났다. 아니 안 지 1년도 안 된 내가 어떻게 더 잘 아냐고!
신부에게 눈도장 찍고, 화환 확인하고 다시 집에 오니 땀이 줄줄줄.
3. 화장은 어려운 것이다.
스킨 로션도 귀찮아하는 나이지만 이제 그렇게 살 수는 없는 법.
여전히 피부 화장은 건너뛰고 눈화장을 시작했는데 내 생각에 너무 진하다 싶어도 사진을 찍으면 쌩얼과 차이가 뭔지 모르겠다. 화장은 어렵다. 지우는 건 귀찮다. 꾸엥.
퀴즈. 아래 사진 중 화장을 한 사진은 무엇일까요?
또는 화장을 안 한 사진은 무엇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