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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ribble

시베리아 한 가운데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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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주변 또래 인간들이 하는 말은 다 똑같다. 나이 얘기, 아직 도달하지 못 한 것에 대한 폭력적 짜증, 먹고 사는 얘기, 나도 one of them 이지만 이건 뭐 젊은이라고 부를 수도 없다. 우리 아파트 앞 등나무 그늘에서 담소 나누시는 할머니들 대화가 훨씬 더 흥미로울 것이다.



위 사진은 저래뵈도 싱가포르 (부산이라 해도 믿을 듯..)
현 회사 생활 중 행복했던 시간의 일부이고 2년 남짓 있었던 곳이지만 내 많은 것을 바꿔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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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를 퇴직하려고 마음 먹었었다. 반 년 넘게 생각했고, 다시는 일반 기업으로는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는 각오였다. 루나파크의 루나님이 마지막 20대, 아직 미혼이라는 기회감으로 영국행을 결정하셨다는데, 그 정도는 아니지만 내년에 회사에 있는 내 모습은 상상하기 힘들었다. 반 년 정도 쉬면서 다른 준비를 하려 했다. 
회사에는 6월 중순에 말했고, 8월 초까지 질질 끌려가다가 퇴사 날짜를 정한 그 날 무슨 반전인지 다른 제안 - 제안자는 내가 잘 보이고 싶은 몇 안 되는 사람이었다. 아놔! - 이 왔다. 그 결과 다른 준비의 결과가 나올 때까지 부사장님의 비서 같이 일하게 되었다.
(촌철살인의 한 마디 "집에서 그냥 놀면 엄마가 안 좋아한다" 엄마가 엄마가 엄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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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회사는 이전 회사와 달리 괜찮은 회사다. 즉 온전히 내 의지로 그만두는 것이다. 퇴사 시점이 약 3~5개월 연기되었을 뿐. 정작 앞으로 가려는 길은 탄탄대로는 커녕 비포장 도로이지만, 누가 날 평가하겠는가? 사실은 부모님 외에 내 인생에 누가 관여하고 싶어하겠는가? 내가 박재범이나 마를렌 디트리히를 좋아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누가 뭐라든 자기 인생 사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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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 없는 대가는 없다.
대충 마음 정했는데 이 놈의 붕 뜬 포지션 때문에 좌불안석이다. 이건 뭐 나간다 패악 부리다가 부사장님 한 마디에 눌러앉은 이상한 애가 되버렸으니. 물리적 위치도 빨리 좀 이동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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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곳에 오시는 분들.
저를 개인적으로 알든 알지 못 하든 행운을 빌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