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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Series

참을 수 없다!


아래 내용은 <꽃보다 남자>에 대한 불평 뿐이니 패스하실 분은 패스.


츠카사의 현신 호날두. 머리도 악성곱슬. 완벽해.
사랑스러운 기름둥이를 보며 bingu.jpg로 저장하며 좋아하는 나도 제정신은 아닌 듯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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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가 아파 일찍 집에 와 소파에서 뒹굴거리다가 <꽃보다 남자>를 보았다. 이렇게 역사적인 첫 시청이 이루어지나 했다. 하도 각종 게시판에서 캡쳐 이미지와 편집 영상을 봐서 마치 매회 시청한 듯한 착각마저 했는데.
현실이 힘들수록 사람은 단순해지고 직설적인, 어찌보면 유치한 것에서 위안을 얻는다는 클리셰 같은 말이 있다. 나 역시 그런 것을 기대했고.

아니 이건 뭐야 난 더 스트레스 받아버렸어......

내 신경줄로는 차라리 <빅뱅 이론>을 봤어야 하는 거였다. 이 드라마의 미덕은 도대체 뭔가. 원작의 막장스러움과 끝 없는 억지, 유치한 재미는 저 하늘로 날려먹었냐! 그렇다고 세련되기를 했냐!

어딘가 열심히는 하는데 내 머리속 츠쿠시와 1000 광년 차이 나는 금잔디. 그리고 상큼함을 벗고 야비함과 어색함의 중간에 서 있는 범이. 범이 때문에 나는 또 구슬피 울었다. 차라리 아주 비열하게 보이던가 하지 입 가에 어색한 썩소를 머금은 범이라니... 돌아와!
그런데 이건 시작에 불과하더라. 저렴하디 저렴한 연출에 어색한 상황에 저렴한 대사에 청승맞은 분위기에. TV 화면으로 본 이민호는 예상대로 잘 생겼지만 하지만 그럼 뭐하냐- 재벌집 바보 망나니 주제에 금잔디의 바보짓이나 도와주고 있는데.

내가 과연 어느 시점을 본 건지는 모르겠으되 아주 예전에 케이블에서 몇 번 봤던 대만판 <꽃보다 남자>의 산차이를 그리워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 당시 나는 따오밍쓰(.. 맞나) 의 집이 대저택임을 표현하려고 빌린 세트가 대놓고 썰렁한 호텔임을 엄청 비웃었는데 지금 돌이켜보니 이 드라마가 내가 오늘 본 한국판보다는 훨씬 나은 것 같다.

보는 내내 아니 이건 뭐야 저건 또 뭐야 이러면서 보니 허리까지 더 아파진 것 같다. 유치하려면 차라리 끝 없이 유치하라니까! 도대체 이 오도 가도 못 한 드라마는 뭐냐. 배우들 얼굴이 아깝다. 연출자는 각본가든 아니면 연기자든 머리 좋은 게 최고라는데, 머리 좋은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는 듯 하다.

이러니 인터넷에서 패러디나 재창작 영상이 떠돌아다니는 이유를 알겠다. 나는 화가 났고 어떤 사람들은 안타까워 죽을 것이다. 이런 소스로 한숨 나오는 결과물이 나왔으니. 아주 네티즌들의 창작열에 불을 붓는구나.

적어도 내게는, 정말 오랜만에 한국 드라마 한 편 보고 대흥분해 블로그에 지껄이게 한 힘을 준 것이 한국판 <꽃보다 남자>의 유일한 미덕인 듯 하다. 그냥 캡쳐만 볼 걸. 흙.